Dawool
Lee
침대
The Bed
내 통증은 뒷통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한 겨울에도 자취방의
보일러는 십삼 도 이상 오르지 않았고 매일 밤 침대를 바람막이
삼아 끓는 바닥에서 잠에 들었다. 바닥에서 등을 떼는 시간이면
안감이 기모 처리 된 털모자를 쓰고 활동했고 양 발이 들어갈
만한 커다란 세제 통에 뜨거운 물을 채워 족욕을 했다. 패딩안에 패딩을, 내복안에 내복을 입고 등교했고 그대로 수업을 받았다.
어깨를 움츠리고 몸을 떨다 쉬는 시간이 되면 전기장판이 깔린
여우터 즉 여학생 쉼터로 피신했다. 전기장판 위에 올려져 있는 이불에서는 땀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어느날부터 뒷통수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뒷통수를 타고
내려와 목 부터 어깨, 팔과 손목까지 통증이 번졌다.
뾰족한 것이 뒷통수와 목을 약오르게 찌르는 것 같았고 팔과
손목은 자꾸만 저렸다. 이불을 펴다, 음료수 뚜껑을 열다 온 몸에
쥐가 났다.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다 친구들에게 문득 교수들 말이
들리지 않는다며 눈물을 쏟았다. 친구들은 갑작스런 나의 눈물에 폭소했다. 나는 그 폭소에 더 서럽게 울었다.
몸이 점점 더 아파져 학교를 다닐 수 없었고 학교를 다니며
언제나 병행했던 아르바이트를 다닐 수 없었다. 통증 때문에
자꾸만 죽고 싶어 녹이 슨 커터칼을 종종 들었다. 나는 신을
생각했다. 신에게 찾아가 내 몸을 에이에스 해달라 말하고
싶었다. 다시 말랑말랑한 반죽으로 만든 다음 혹은 분절시킨 다음 새로 만들어주었으면 했다. 혹은 레고를 생각했다. 얼굴과 목이
분리되는 레고 인형을 닮고 싶었다.
정형외과에 가도 신경외과에 가도 류마티스 내과에 가도
한의원에 가도 내 통증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이거 원
젊은 사람이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지 하는 훈계를 여러 번
듣다가 몸이 더 아팠다. 나는 그 훈계에 화가 나 잠을 자다 말고
일어나서 큰 소리로 울며 반복해 외쳤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전문은 헤비매거진 지면을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이다울 Dawool Lee
이다울은 웹사이트 pul-lee.com에 몸에
관한 수필을 연재하고 있으며, 내년 초 출간
예정에 있다.
Dawool Lee is writing essays about the body on her website pul-
lee.com, and planning to publish a book early next year.
Website: pul-lee.com
P는 16년 12월 생이다. P was born in December of 16.
팡팡팡의 기원 찾기. 16년에 시작돼서 지금까지 한 몸처럼 작업을 해왔다.
P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그가 세상에 존재하기 위한 행위를 보여주고자 한다.
Finding the origin of PangPangPang. They started in the year of 16 (2016) and have been a single body
working inseparably. Building up an imaginary figure, P, they have continued to prove the existence
of them in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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