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ji Choi

헤비매거진 독자에게 인사 부탁한다.

반갑다. 전자음악을 좋아하는 22살 최유지라고 한다.

22살이면 어린 나이이다. 어떻게 창작을 시작했는지.

어렸을 때부터 팝송을 많이 들었다. 가장 좋아했던 가수는 아리아나 그란데이다. 그가 지르는 고음에 빠져버렸다.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반하면서 팝 음악을 좋아하게 됐다. 어쩌다보니 나는 전혀 다른 음악을 만들고 있지만 아리아나 그란데를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모든 게 시작됐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을 계기로 음악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는 건가.

그렇다. 음악을 듣는 폭이 점점 넓어지면서, 싱어송라이터에 대해 알게 되었다. 곡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컴퓨터로 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도 충격을 받았고.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작업 방식을 뒤늦게 알게 된건가.

그렇다. 이전에는 음악 작업 환경에 대해 전혀 몰랐다. 음악 작업 환경과 방식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마침 고등학교 3학년 수험 시즌이었다. 발등에 불 떨어지듯 입시를 준비했다. 노래하는 걸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미래를 설계를 하는 일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전자 음악과를 갔다.

미래를 설계하는 일?

내 곡을 직접 만들면서 앞으로의 경로를 설정하고 싶었다고 해야할까. 노래를 부르는게 아니라 만드는 쪽을 택하게 되었다.

그런데 곡 만드는 방식이 좀 독특한 것 같더라. 트랙을 몇 백개씩 레이어링해서 곡을 만든다고. 작업 방식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달라.

트랙 이백개를 레이어링 했다는 건 잘 포장한 거고.(웃음) 순전히 내 욕심이다. 일정 수준에서 만족할 수 있는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만큼 악기를 계속해서 채웠다. 그렇게 빈틈없이 채운 소리가 주는 느낌을 잘 전달하고 싶었다. 내 한계를 시험해보는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 과정이 만족스러웠는가.

그렇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만든 게 부끄러웠을 것이다. 당사자만 아는 게 있지 않은가. 다른 사람은 들어도 모르겠지만, 내 만족을 위해 해야 하는 것. 앨범을 만드는 과정도 그렇다.


앨범 제작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

나는 2023년 학교를 졸업했다. 그 해 봄까지도 제대로 만든 곡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만든 곡이 하나라도 있어야 음악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전에는 과제용으로 일회용 곡만 만들어왔다. 그 곡들은 데드라인에 촉박해서 쓴 곡들이라 내 마음에 차지도 않았고.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보자는 결심이 섰다. 싱글은 아쉽고, EP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된 작업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번 앨범을 기획하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때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학교 다닐 때는 곡과 관련된 과제만 있지 않아서 재미있었다. 사실 곡 쓰는 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지 않은가. 학교에서는 음악을 둘러싼, 노른자가 아닌 흰자를 알려주었다고 해야하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 경험들은 어떤 것이었고, 또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전시에 다녀오라는 과제가 많았다. 시야가 넓어졌다고 해야하나.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곡을 쓰는 거니까. 내가 아는 것, 보는 것이 많아지면서 그 경험을 곡에 심을 수 있었다. 동기들과 팀 과제를 하면서도 많이 배웠다. 혼자 작업하는 게 편하긴 하다. 하지만 내가 부족한 부분을 다른 친구가 채워주는 경험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음악 외에 시각적인 과제도 많았던 듯 하다. 그래서 그런데, 지금 본인이 지향하는 에스테틱이 있는가.

나는 하고 싶은게 생기면 그것 외에는 신경 쓰지 않는 아티스트 이미지를 가지고 싶다.(웃음) 내가 생각하기에 내 곡은 독한 느낌이 없다. 하지만 원하는게 있으면 독해지는 사람, 그런 이미지가 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성향이 있었나.

어렸을 때부터 욕심도 많고, 고집도 셌다.

곡을 부르는 것보다는 미래를 만드는 걸 하고 싶다고 한 것과 방금의 발언이 조금 연결되어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는 생각 안 해봤는데 맞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지금 당장은 안 된다고 해도, 어떻게든 길을 틀어서 그 곳에 도착한다. 누군가 안 된다고 하면, 뒤에서라도 열심히 한다.


<NET>, Yuji Choi  Link

앨범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이전에는 트랙을 계속 레이어링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는데, 이번 앨범 중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한 건 없는지.

나는 곡을 쓸 때 ‘분류’를 한다. 작업 과정 초반부터 앨범에 쓸 곡과 안 쓸 곡을 분류해서, 안 쓸 곡은 스케치로만 쓰고, 쓸 곡은 무조건 붙잡고 작업한다. 대부분의 작업자들은 분류하는 과정없이 다 쓰고 본다고 하더라. 나는 곡 쓰는 데에도 다른 작업자들보다 오래 걸린다. 이번 앨범은 곡을 쓰는 데에만 7, 8개월 정도 걸렸다. 7, 8개월 동안 여섯곡을 쓴 게 전부다.

이번 앨범은 가사가 재미있다.

가사는 전부 자기 의심이 많은 나의 내면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하다가도 나 자신을 제한하게 된다.

금욕적인 편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 자신과 싸우는 가사가 많다. ‘왜 스스로를 제한하는가?’가 앨범의 큰 틀이다. 곡을 쓰면서 나 자신과 많이 싸웠던 경험이 가사에 녹아들었다. 나 자신을 제한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는데, 부끄러워서 안 한 것들이 꽤 있다. 그런 나에게 화가 나서 그걸 곡에 녹이고 싶은데, 그것조차 나중에 부끄러울 것 같았다. 가사에 물음표가 되게 많다.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끝까지 할 수 있는데 왜 하지 않니, 라는 뉘앙스가 대부분이다.

그럼 이 앨범을 설명하는 감정은 방금 이야기한 ‘화’인가.

그건 또 다르다. 나는 슬픈 노래를 좋아한다. ‘화’ 보다는 ‘좌절감’에 가깝다.

감정적으로 자해를 하기도 하는가.

맞다.(웃음) 팝 가수 앨범의 타이틀 곡은 신나는 곡인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 앨범에 수록된 슬픈 사연이 있는 곡을 더 좋아한다. 나의 플레이 리스트에는 슬픈 제목의 곡이나 제목은 긍정적이더라도 내용은 슬픈 곡들이 많다. 즐거운 곡들도 좋지만, 들을 때 감정적인 소모를 많이 하게 되는 곡을 들어야 곡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 음악도 그런 느낌을 전달하길 바란다. 이번 앨범 3번 트랙에 ‘ICB’라고 신나는 곡이 하나 있는데, 그 곡 외에는 모든 곡들이 서정적으로 흘러간다. 이런 취향 때문인지 내 앨범에서는 슬픔, 좌절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곡 순서에서도 의도한 게 있나.

첫 번째 곡과 마지막 곡은 오로지 앨범 인트로와 아웃트로를 위해서 쓴 곡들이다. 앨범을 들었을 때 무언가 시작하고, 그리고 그것이 끝난다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대중음악 앨범 대부분이 타이틀 곡을 두번째에 배치하는데, 내 앨범에는 인터루드가 한 곡 있어서, 세번째 곡인 ‘ICB’가 타이틀 곡 역할을 한다. 네번째 곡 ‘Rave’가 폭풍처럼 지나가면 다섯번째 곡인 ‘The Half’가 앰비언트 소스와 함께 조용히 시작된다. 폭력적인 악기들이 나왔다가 고요함으로 전환되는 그 구간을 제일 좋아한다. 나에게 ‘The Half’라는 곡은 앨범의 정중앙 역할을 한다. 다섯번째 곡이라 후반부나 다름없지만, 순서와 관계없이 앨범 정체성에 가까운 곡이다. 마지막 곡인 ‘O-seyo’는 곡이 끝나면 1초 정도 정적이 흐르는데, 휴, 하는 한숨을 쉰 느낌과 여운을 주고 싶었다.



O-seyo’의 비주얼라이저를 공개했다. 앨범의 중앙이라고 설명한 ‘The Half’나 타이틀 격인  ‘ICB'가 아닌 ‘O-seyo’를 촬영한 이유가 있나.

곡의 완성도가 제일 높은 건 ‘O-seyo’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오래 쓰기도 했고. 파트가 계속 바뀌는 곡의 구조가 시각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시선을 빼앗을 수 있을 것 같은 곡이라는 생각에 ‘O-seyo’의 비주얼라이저를 제작했다.

’O-seyo’의 비주얼라이저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나.

앨범 커버와 비주얼라이저에서 나는 라디오를 들고 있다. 사실은 라디오에서 안테나를 뽑아서 한손에는 라디오, 한손에는 안테나를 들고 있는 모습을 촬영하고 싶었다. 라디오가 고장나면 한 채널만 나오지 않는가. 한 채널만 나오는 고장난 라디오처럼 내 음악만 들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인터넷에서 주문한 안테나가 너무 작았다. 결국에는 코드를 뽑아버린 콘셉트로 급히 바꿔서 촬영했다. 작은 안테나는 반품해버렸다.

귀여운 메시지다.

“어서 내게로 오세요.”, “내 눈을 바라보세요.”라고 읊조리며 카메라를 쳐다보는 장면이 있고, 이런 행동(본인의 팔을 쓰다듬으며)을 한다. 스스로에 대해 의심이 많은 나 자신을 다독이는 손짓이다. 하지만 막상 모니터링할 때는 그런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지금 뭐하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나 자신을 다독이는 내용을 담은 비주얼라이저였다. (웃음)



부르는 사람보다는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전자 음악과에 진학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만드는 사람이니까 노래는 다른 사람이 불러줄 수도 있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직접 부른 이유가 있는지.

나는 한 번도 내 곡을 다른 사람이 부르길 바란 적이 없다. 아무래도 ‘나’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그런 것 같다. 내가 부르려고 쓴 곡들 밖에 없다. ‘나’에 대해 쓴 곡인데, 나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베이스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냥 내가 부르고 싶었다.(웃음)

만드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다보니 부르는 사람도 된 거다.

욕심쟁이이다. 이것도 하고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웃음)

반대로 부르기만 하는게 아니라 만들기도 하고…

만들기까지 하겠다는 느낌이다.(웃음)

무사히 첫번째 앨범을 냈다. 이 다음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싱글을 또 하나 내고 싶다. 첫 앨범을 만들 때는 어떤 장르를 만들지 정하는 것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 작업을 다시 한 번 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는 일렉트로닉한 앨범을 냈지만, 다음 작업은 전혀 다른 요소를 고민 중이다. 다음 앨범은 그 주제가 확고할 것 같다. 청취자가 계속해서 곱씹어볼 수 있는 곡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 앨범을 만들면서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 이전에는 혼자 작업해야 내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른 작업자들과 많이 협업해보고 싶다. 협업하는 과정에서 배움이 있고 결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다른 작업자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다.


최유지 인스타그램 Yuji Choi instagram

에디터/ 허지인 Jean Heo
사진/ 금시원 Xione Qin
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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